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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내가 다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모현민의 생존 일지 2024. 12. 8. 22:02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마지막 기회까지의 기한이 딱 5일 남았다.

    나는 내가 다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힘들어도 병행은 가능한 것이라 생각했다.

    욕심이었음을 비로소 체감한다.

    바빴다.

    힘에 부친다.

    지난 2월 첫 취업을 했다. 다행인 일이었다. 사회에서 요구한 토익 점수가 만료되지 않았으며, 나는 그냥, 뭐든 마음가짐에 달린 일이라 생각했다.

    '갓생' 성공 신화가 많다. 나는 그조차 그냥 노력하기만 하면 누구나 쓸 수 있는 신화인 줄로만 알았다.

    사랑하는 사람을 책임지고자 지난 해 하반기에는 수업을 당겨 들었고, 올해 작은 스타트업에 취업을 했다.

    상반기에는 화요일 여섯 시면 급히 나와 마포로 달렸다.

    원격 수업은 매주 일곱 시에 있었다.

    교수님 몰래 누나가 사온 김밥을 천천히 씹었다.

    별 생각 없이 다니려 애썼다. 사실 그렇게 애쓰지는 않았다.

    어차피 다들 이렇게 사니까.

    몇 달 전 전체 회식이 있었다.

    내가 대학원에 속해 있다는 이유로 회사 생활에 전념하지 않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를 들었다.

    쉽게 말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왜인지 눈물이 고였다.

    며칠 전 논문 최종 심사가 있었다.

    나는 보류였다.

    교수님께서는 내가 직장생활을 하는 건 알겠지만 다른 학생에 비해 많이 부족하다고 말씀하셨다.

    일주일 내에 20 페이지는 더 써오라고 하셨다.

    주말 내내 집 앞 카페에서 머리를 싸맸다.

    지금까지 열 페이지를 썼는데, 절대적인 양이 그간의 내 노력과 비례하는 지는 잘 모르겠다.

    직장에서의 나는 대학원 때문에 직장에 온전히 마음을 다하지 않는 자인 것 같다.

    대학원에서의 나는 직장 때문에 대학원에 온전히 마음을 다하지 않는 자인 것 같다.

    나는 항상 내가 물리적으로 속해 있는 곳에 최선을 다해왔지만, 결국 지금의 나에게 병행은 꼬리표인 것만 같다.

    결코 무언가와 병행하려 대학원에 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지금의 난 아무 것도 부정할 수 없다.

    내일이 무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일을 기꺼이 마주하겠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내일이 지나면 나는 괜찮아질 테다.

    내일이 지나면 나는 다시 별 생각 없이 일곱 시 오십 분에 회사로 향할 테다.

    올해가 끝나기 전 별 일이 없기를 정말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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