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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모현민의 생존 일지 2023. 12. 6. 02:00
최근 들어 시간이 점점 빠르게 흐르는 것을 느낀다.
흔히 말하듯 나이를 먹을수록 시간이 빨리 간다기보다는, 스스로 그걸 체감하지 못할 정도로 마음이 바빠지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이럴 때면 어른들이 왜 몇십 년 전이 어제같다고만 하는지 알 것 같기도 하다. 물론 나도 '어른'이긴 하다.
몇 년 전, 더는 2년 전의 나와 2년 후의 나 사이의 간극을 체감하기 어렵다는 글을 썼던 것을 기억한다. 그러나 스물 넷의 나는 2년 전의 나와 오늘의 내가 다르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그리고 과거 그러한 사실을 실감하지 못 했던 것에는 고시원에서 살았던, 멈춰 있었던 2년의 시간 역시 그 역할을 발휘했겠다고 생각한다. 확실히 생활 반경은 넓어야만 했다. 고시원은 행복하지 않은 선택이었다는 사실을 재차 체감한다. 그리고 나는 2년 후의 내가 지금의 나와는 분명 괴리가 있으리라, 아니 당장 1년 후의 나 역시 지금의 나보다는 어떠한 면에서는 발전해 있으리라는 것을 확신한다.
지난 반년간 최소한의 결핍이 없어졌고, 깨끗이 포기한 것들, 새로이 책임져야 할 것들이 명확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물 넷의 막바지에서 나는 일말의 결핍이 있음에 오히려 감사한다. 사람은 결국 갈구하는 것에 대한 어느 정도의 결핍이 있어야 살아간다. 대학원 진학에 빗대자면, 디자인에 대한 이 정도의 결핍은 괜찮지 않을까 생각한다. 현재 수학하고 있는 전공에 진학하려 했던 본래의 목적과는 다소 동떨어져 버렸지만, 다른 의미의 길을 찾았음에 만족한다. 실은 디자인이 내 생업이 되는 것이 불안했다. 충분히 잘할 수 있는 일이 많다. 그리고 나는 나의 취미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과 조우하는 과정에서 스스로를 재단하며 취미를 잃고 싶지 않다.
최근 스타벅스에서 캘린더를 받았다. 포인트를 의식해 모은 건 처음이었다. 모든 결정이 오늘의 행복한 나를 만들었다는 건 알고 있지만, 그 과정의 모든 일상을 되돌아볼 수 없다는 건 조금 아쉽다. 1년 후의 내가 오늘의 나와 다를 것을 알기 때문일까. 앞으로의 잠재적 과거를 최초로 알고 싶어졌다. 어쩌면 이것이 나의 최종적인 목적지가 아니었을까.
항상 맞춤법 검사기를 돌릴 때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그런데도'로 바꾸어야만 하는 데에 의문을 품었다. 그리고 오늘에서야 바꿀 수 없는 그 행간의 의미를 진정으로 짐작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그럼에도 불구하고’다.
각각 23.10.07 불꽃축제, 23.10.18 하늘공원 '모현민의 생존 일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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