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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해서 좋을 수 있지만, 좋아서 편할 수는 없다
    모현민의 생존 일지 2023. 5. 13. 23:20

    2018년 여름 이후로 처음 왔다

    여의도역 투썸에 앉아  정도 남은 인류애를 말하던 중이었다. 광독님은 최근 자연스럽게 멀어진 관계에 대해 말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서로 노력해야만 만날 있게 되고 있다며. 순간 좋음과 좋아함의 차이를 떠올렸다.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건 우연을 필연으로 만들고자 하는 노력이다.

    집에 돌아오며 마포대교 위를 걷다가, 문득 이 상태가 좋다는 생각에 걸음을 멈췄다.
    걷는 게 좋은 거지, 멈춘 상태는 그다지 즐겁지 않았다.
    아무래도 밤의 마포대교에서 올블랙으로 우두커니 서 있으면 이상해 보이기도 하고?
    물리적 정지 상태가 현상 유지의 유의어는 아니라는 사실을 그제야 인식했다.
    다리의 끝이 보여, 아쉬운 마음에 벤치에 앉았다. 이건 좋았다. 이것도 따지고 보면 멈춘 상태이긴 한데.
    좋음을 인정하는 건 매번 이런 식이다.
    이유를 붙일 수는 있지만, 그 이유가 다른 상황에서도 무조건 좋음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자각할 때.
    그러니 나는 이 좋음의 원인을 결코 완전히 알 수는 없을 테다.
    원인을 모르는 감정에는 의식해서 브레이크를 걸 수 없다는 사실을 상기했다.

    오늘 이 시간, 마포대교 위에서 아무렇게나 앉아있으니 정말 좋다.
    근데 편하지는 않다. 5월의 저녁은 아직 춥고, 옷은 얇다.
    그리고 나는 어쨌든 집으로 가야만 한다.
    좋음의 바깥에는 마주해야 하는 현실이 있다.
    저녁은 밤을 향하고, 휴대폰 배터리는 영원히 지속되지 않으니까.
    결국 밤에 돌아가는, 가장 안전한 곳은 집이다.
    간혹 삶의 권태를 이기지 못해 여행을 떠나곤 하지만, 결국 돌아올 장소가 있어야 떠날 수 있는 법이다.
    좋은 생각을 정제된 말로 정리할 수 있는 장소, 내가 온전한 나로 존재할 수 있는 곳.
    찰나의 좋음을 지나 안전한 편안함으로 향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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