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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현의 봄은 겨울에 있다모현민의 생존 일지 2022. 8. 8. 05:27
한 달 간의 그리스 생활을 마치고 그제 귀국했다. 솔직히 아무 생각도 안 하고 펑펑 놀았다. 그렇게 마음을 놓아본 적도 없고 앞으로는 기회가 없을 것 같아서. 동기들과 재밌게 잘 놀았다. 편입생 친구들과 친해져서 기쁘다.
갑자기 진행되었던 출국으로 인해 늦어진 소식이 하나 있다면 6월 말 모현에서 짐을 뺐다는 것 정도. 본전공 학점을 모두 채워 이제 대학생 신분으로 모현에서 살 일은 없다. 남은 학점은 모두 서울캠퍼스에서 수강해야 해서, 곧 이문동에 자취방을 알아볼 계획이다.
모현에서 네 번의 봄과 두 번의 겨울을 보냈다. 그리고 그곳에서 나의 봄은 겨울이었다.
땅감독님의 세이브마트 아르바이트는 항상 오후 열한 시 정각에 끝났다. 사실 10시 59분에 온 손님까지 받는 거라 막상 가게 문을 닫고 나면 열한 시가 조금 넘어 있던 일이 다반사지만. 나는 가끔 형과 함께 감독님을 기다리다, 당시 감독님이 사시던 곳까지 셋이서 함께 눈을 밟았다. 그러지 않았던 밤의 나는 무엇을 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그래도 열한 시 이십 분이 조금 넘어갈 즈음이면 종종 감독님에게서 전화가 걸려오곤 했다. 지금 고시원 앞이라며. 그러면 또 형이 있는 거였다. 그렇게 또 눈사람 굴리고.
모든 과거의 순간들이 그렇듯 가끔은 그리울 테다. 그래서 옅어지는 기억을 이렇게 붙잡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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