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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0 | 인천, 암스테르담, 맨체스터까지
    모현민의 타지 생활 2021. 9. 17. 19:00

    살면서 비행기에서 잠을 자본 기억이 없다. 몇 시간이 걸려도 말이다. 그래도 이번엔 자야만 했다. 맨체스터 공항에서 밤을 새울 예정이기 때문이었다.

    인천에서 출발한 건 오후 2시 5분이었다. 대체 언제 설레는 거지, 생각했지만 결국 비행기에 타고서도, 환승을 기다리면서도, 도착해서도, 심지어는 글을 쓰는 지금까지도 크게 설레고 있지는 않다. 아마 자가격리가 풀려야 좀 실감이 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다.

    비행기에서는 두어시간밖에 자지 못했다. 내내 넷플릭스에서 다운받은 드라마를 돌려봤다. 최근 보기 시작했던 미스터션샤인을 다 봤고, How I Met Your Mother을 봤다. 중국과 몽골, 러시아를 거쳤는데, 러시아 영공에서만 체감 네다섯시간을 있었던 것 같다. 살짝 잠이 들었다 깨도, 휴대폰 스크린을 보다 눈을 돌려도 여전히 러시아였다.

    환승 공항은 암스테르담 스키폴 국제공항이었다. 네덜란드는 해가 늦게까지 떠 있다가 금방 졌다. 날이 좋아 지연 없이 바로 맨체스터로 향할 수 있었다. 맨체스터까지는 정확히 1시간이 걸렸다. 나를 책임질 수 있는 건 오롯이 나 혼자라는 부담감에 E-Gate로 입장하면 안된다는 사실을 줄곧 상기했다. (비자 발급 때문에 officer을 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입국 심사를 받다, UCLan에서 수학한다고 하자, 옆에 계시던 여자 Officer 분이 "I went to that uni"라며 웃으셔서 왜인지 마음이 놓였다.

    온통 외국인이었는데 한국 분을 발견해서 기차가 이 시간에도 하는지 여쭸다. 얼른 프레스턴과 가까워지고 싶기도 했고, 막상 도착해보니 서울의 밤과 비슷해보여 늦은 저녁인데도 길거리가 꽤 안전해보였다. 기차표는 앱으로 바로 결제할 수 있었다.

    플랫폼에서 만난 부부가 아테네에서 왔다길래 전공생은 괜히 반가웠다. γεια σας랑 ευχαριστώ 써먹음. 그리스어를 전공한다고 말하자 대체 배울 게 뭐가 있냐며 띠용하셨다.

    기차는 23시 9분에 출발했다. 영국의 기차는 문에 있는 버튼은 꾹 눌러야 문이 열린다. 안 알려주셨으면 잉 왜 안 열리지, 하다가 예정대로 공항에서 밤 샐 뻔 했다. 그렇게 1시간 반을 이동했다. 역을 하나하나 지날 수록 점점 가로등이 줄었다. 그리스인 부부는 프레스턴을 하나 앞둔 Leyland에서 내리셨다.

    막상 내렸는데 늦은 시간이기도 하고, 역에서 학교까지의 거리가 가까워서인지 우버가 잡히지 않았다. 그래서 캐리어를 질질 끌고 학교까지 걸었다. 생각보다 거리는 깔끔했고 가로등은 밝았다.

    기숙사에 안전히 도착하고 나서 깨달은 사실은 내가 바로 자가격리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 물조차 없어서 세인스버리에서 급하게 식재료를 주문했다. 이만 오늘의 일지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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