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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둘 6월 초 새벽의 고찰모현민의 생존 일지 2021. 6. 4. 03:03
바깥에 잠깐 나갔다 들어왔다. 낮부터 오던 비는 날이 지나고서야 막을 내렸다. 비가 온 직후라 그런지 공기마저 축축하다. 내일은 강의를 두개를 들어야 하는 날이네, 하다 내일은 목요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뒤늦게 자각했다. 이번 수요일은 날이 유독 길었는데. 아직도 수요일인 줄 알고 있었다니.
수요일 오후 수업은 지난주 종강했다. 많이 이른 종강이었다. 오후가 통째로 비는 탓에 일곱시간을 꽉 채워 일했다. 수요일 오전에는 며칠 전 보냈던 소포를 잘 받았다는 연락을 받았다. 제 값을 지불하지 않은 처지에 어딘가에 팔아 버리거나, 내다 버리기엔 양심에 찔려서 그냥 선물 겸 줘버렸다. 결국 버렸다는 말의 반복이지만. 내 생활 반경 내에서 버려져 있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도서관에 앉아서는 책을 읽었다.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그냥, 책은 꾸준히 읽어야 하니까. 그날 한 권을 다 마치고, 한 권은 빌려왔는데 사실 아직까지도 안 읽었다. 선생님은 또다시 후임을 물으셨다. 그리고 오늘도 나는 그냥 내 선에서 끝내고 싶다고 생각했다. 저녁에는 잡지가 한 번에 도착해서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60여권의 잡지에 하나하나 도장을 찍고 감응테이프를 붙여, 서가에 밀어넣었다. 도합 두시간은 걸린 것 같다. 야간 근무가 끝나고서는 1층 선생님께서 정류장까지 차로 태워다 주셨다. 오후 8시가 넘은 시각인데도 날이 마냥 어둡지만은 않았다. 집 앞에서는, 복도의 희미한 소리에도 깜짝 놀라고, 뒷걸음질치고, 계단을 몇 번을 오르내렸다. 나는 제 값을 지불하고서도 눈치를 본다.

오늘의 나는 출근을 하지 않았다. 시간이 애매하다는 핑계였다. 항상 가는 집 앞 프랜차이즈 카페에 눌러앉아 계량경제학 강의를 정리했다. 비는 오후 내내 왔다. 덕분에 시원한 오후를 보냈다. 며칠 전 친구가 고맙게도 기프티콘을 보내줘서 새로운 메뉴를 시도해봤다. 코코넛 무슨 스무디와 크로플이다.
좋은 날이었다. 그래도 여전히, 내일도 출근하기는 싫을 것 같다. 으'모현민의 생존 일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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